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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총장연설문


2024학년도 입학식 환영사

  • 작성자 :비서실
  • 등록일 :2024.03.07
  • 조회수 :195

(2024.3.4. 월, 명동대성당 오후3시)


입학 미사 환영사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가톨릭대학교는 그동안 여러분이 꿈꾸어 왔던 꿈과 이상을 구체화하여 자율성 있고 책임감 있는 인간이 되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여러분의 꿈과 이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러분 자신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나의 미래가 시작되는 이 순간 하느님의 대전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나의 꿈과 희망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이곳 명동 대성당에 모인 것입니다.


우리가 역사 시간에 배운 대로 1784년 이승훈 선생께서 우리나라 사람 최초로 북경에 있는 북당 성당에서 세례를 받음으로써 한국 천주교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1801년 신유박해를 시작으로 해서 기해, 병오, 병인박해까지 4대 박해를 포함에서 약 100년 가까이 크고 작은 박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순교함으로써 신앙을 지켰습니다. 그러다가 1886년 한불수호조약이 체결되고 신앙의 자유가 허락된 몇 년 후 명동성당이 착공되었고 고종 35년인 1898년 완공되었습니다. 명동성당 건축에는 박해 당시 많은 사람이 참수되어서 피로 물들었던 용산 순교 성지의 흙으로 만든 벽돌이 사용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근대 건축방식의 벽돌조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국내 최초의 주교좌(主敎座) 성당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 보아도 아름다운 건축물이지만 고층 건물이 없던 조선 시대 명동 언덕의 이 성당은 서울에서 가장 눈에 잘 뜨이는 곳에 지어진 서양식 건축물이어서 당시 장안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개항했음에도 오랜 세월의 쇄국정책 탓에 서양의 근대문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조선시대, 명동성당은 우리나라에 근대화가 필요함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선구자 역할을 하였습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민주화를 외치는 수많은 사람 특히 대학생들이 명동성당에 몰려왔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독재정권 때문에 오랜 시간 어두운 터널 속과 같은 암울한 시대를 살아야 했습니다. 사실을 말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던 시절, 그래서 모두가 진실을 말하기 두려워하던 시절, 언론마저도 함부로 보도할 수 없던 시절, 명동성당은 독재와 억압과 불의를 고발했습니다. 그것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요한8,32)한다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명동성당은 우리나라 자유와 정의와 평화를 지키는 파수꾼이었습니다. 이런 유서 깊은 성당에서 입학식을 거행한다는 것은 우리 대학 신입생만이 누리는 특권입니다.


한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생 전체에서 매 순간은 모두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자아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세상에서 어떤 인간으로 살 것인가 하는 것이 대부분 결정되는 것은 대학 생활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 역시도 여러분과 같은 시절,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 입학했기 때문에 평생을 사제로 살아오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입학의 그 순간은 38년 지나온 나의 사제 인생이 이미 앞서 시작된 그 출발점이었습니다. 입학식이 거행되는 이 순간은 여러분 모두 책임 있는 한 성인으로서의 인생이 시작되는 출발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순간은 엄숙하고도 거룩한 시간이며 떨리고도 두려운 시간입니다. 우리가 이 성당에 모여 기도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여러분의 입학은 한 개인 뿐만 아니라 집안의 경사요 동시에 169년 우리 대학 역사와 126년 명동대성당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또 하나의 중요한 날로 기록될 것입니다.


지구상에서 인간만이 유일하게 자유의지를 가지고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존재이며 나의 가능성을 꽃 피워 자아실현(自我實現)을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현재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 중에 외모와 능력과 모든 면에서 ‘나’의 존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습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통틀어서도 나는 유일(唯一)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내가 타고난 재능을 찾고 이 세상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나’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내 안에는 나도 모르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 그리고 수많은 선택과 실패의 경험을 통해서 ‘나’를 찾고 내가 가진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학 생활 중에 내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재능을 알아내고 나도 몰랐던 내 잠재력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 대학 생활은 ‘기쁨과 희망’이 가득해집니다. ‘나를 찾는 대학’, ‘기쁨과 희망’이 넘치는 가톨릭대학교에서 여러분의 젊음과 낭만을 불태우고 마음껏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


명동성당이 우리나라 근대화의 선구자였듯이, 가톨릭대학교가 1855년 충북 제천 배론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서구식 교육을 시작했듯이, 여러분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선구자가 되기 바랍니다. 명동성당이 순교자의 희생으로 지켜온 신앙의 토대 위에 세워졌듯이, 여러분 모두 고통과 희생 없이는 결코 좋은 성과가 있을 수 없음을 기억하고, 최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명동성당이 자유와 정의와 평화를 지키는 파수꾼이었듯이, 여러분 모두 이 사회에서 ‘인간 존중과 이웃 사랑’의 파수꾼이 되시기 바랍니다.


진리는 하나이고 영원합니다. 대학 생활 중에 그 하나의 진리, 영원한 진리를 찾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