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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총장연설문


2023학년도 가을 개강미사 강론

  • 작성자 :비서실
  • 등록일 :2023.09.21
  • 조회수 :498

(2023.9.13.(수) 오전 10시, 콘서트홀)


강론


독서: 코헬 3,1-4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기뻐 뛸 때가 있다.”(코헬 3,4)


복음: 루카 15,11-24 되찾은 아들의 비유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루카 15,21) 



학생 여러분 내가 좋아하는 오페라 아리아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헨델(Georg Händel, 1685-1759)의 오페라『리날도』에 나오는 아리아「울게 하소서」입니다.『리날도』는 헨델이 1711년 스물여섯 살 때 작곡한 작품입니다. 런던에서 이 오페라가 발표된 후 특히 아리아「울게 하소서」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헨델은 오페라 작곡가로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리날도』는 십자군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마법에 빠져 적국의 왕 앞에 끌려온 여주인공은 왕이 자신을 유혹하자 노래합니다.“나를 슬프게 하지 마세요. 차라리 내 슬픈 운명을 탄식하며 울게 내버려 두세요.”이런 내용의 아리아가「울게 하소서」입니다. 


헨델은 이 오페라 아리아로 유명해졌습니다만 그의 작품 중에서 오늘날 전 세계 공연장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작품은 오라토리오『메시아』입니다. 오라토리오 끝부분에「알렐루야」가 연주될 때 청중이 모두 일어서는 것은 전 세계 공연장에서 오늘날에도 재현되는 연주회 관행입니다. 이 관행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전해지고 있습니다만 1750년『메시아』초연 당시 영국 왕 조지 2세가「알렐루야」가 연주될 때 일어나자 사람들이 같이 일어섰다고 합니다. 연주회 중에 청중이 일어서는 오늘날의 유일한 관행만으로도 헨델은 무척 유명합니다.


헨델은 1685년 독일 할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였지만 아버지는 그가 법학을 공부하기 바라셨습니다. 그럼에도 헨델은 젊은 시절 할레 대성당 오르간 연주자가 되었고 스무 살 때부터 오페라 작곡을 시작했습니다.『리날도』덕분에 오페라 작곡가로서 승승장구하던 헨델은, 34살 때는 오페라단 왕립 음악원을 설립했습니다. 왕이 그를 후원한 덕분에 그 오페라단은 런던에서 독점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고 그 결과 헨델은 음악가로서의 명성과 함께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풍요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한창 전성기를 누리던 1733년, 국왕과 정치적 갈등 관계에 있던 귀족들이, 경쟁적으로‘귀족 오페라’를 창단합니다. 이들은 헨델이 운영하던 오페라단의 가수를 빼가거나 표절을 하는 등 헨델의 오페라단을 공격합니다. 헨델의 오페라단은 이들의 야만적 공세 때문에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1737년 헨델은 완전히 파산하게 됩니다. 그때 그의 나이 쉰두 살 때였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때 그에게 뇌졸중까지 찾아옵니다. 그는 마치 수렁에 빠진 격이 되었습니다. 그는 당시 유행했던 온천요법으로 오랜 시간 치료받고 나서야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 헨델이 찾은 새로운 가능성은 오라토리오였습니다. 오페라 공연은 무대장치에 자본이 많이 들어가고 출연 성악가의 연기연습에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오라토리오는 무대장치도 필요 없고 연기연습도 필요 없습니다. 이것은 노래할 합창단만 있으면 되니까 적은 예산으로도 공연이 가능했습니다. 무일푼의 헨델이 마지막으로 승부를 걸었던 것이 오라토리오 『메시아』였습니다. 1741년 발표된 이 오라토리오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파산한 지 4년 만이었습니다. 그 후 『메시아』는 영국에서뿐만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공연되었고 헨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헨델은 런던에 있는 자기 집에서 23일 만에『메시아』를 작곡했습니다. 작곡에 전념하느라고 그는 식음을 거의 전폐하고 두문불출했습니다. 하인이 궁금해서 방에 가보니, 헨델은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책상에 엎드려 미친 듯이 악보를 써 내려갔습니다. 헨델은 그 자리에서 단숨에 「알렐루야」를 작곡하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리고“나는 하느님을 보았다.”하고 하인에게 독백처럼 말했습니다. 이 작품은 헨델의 천재성과 참회와 신앙이 만나서 이루어낸 역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위대함과 예술성과 아름다움은 그가 인생의 어려움 속에서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신앙과 예술로 승화시킨 데에서 오는 것입니다.


학생 여러분,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될 때보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승승장구할 때도 있지만 파산할 때도 있습니다. 오늘 독서 말씀처럼“웃을 때가 있고 슬퍼할 때가 있습니다.”(코헬 3,4) 좋을 때도 있지만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습니다.”(코헬 3,2) 이것이 인생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려움 중에 있을 때 이것을 어떻게 이겨내느냐 하는 것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합니다. 포기하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려움 중에도 나를 찾는 사람에게는 또 다른 희망이 찾아옵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중요한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입니다.


헨델은 파산하고 뇌졸중이 왔을 때 하느님 아버지께 달려갔습니다. 성경에 나오는‘돌아온 아들’처럼 무릎을 꿇고 하느님 앞에서 그동안 자신이 교만했음을 뉘우쳤습니다.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젊은 시절, 오페라 유명세를 타고 인기를 얻고 있을 때 너무 교만했음을 뉘우쳤습니다. 돈을 많이 벌었을 때 돈 무서운 줄 모르며 흥청망청 낭비했고, 가난한 사람을 돕지 못했음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뉘우치는 마음으로 성경을 읽고 또 읽으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헨델은 그 답을 성경의 복음서에서 찾았습니다. 그는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 일생을 주제로 해서 오라토리오를 작곡했고 그 제목을 『메시아』로 정했습니다. 헨델이 파산과 뇌졸중이라는 인생 최대의 위기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하느님을 굳게 믿으며 작곡가로서 포기하지 않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 믿음을 갖는 것,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중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내 재능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입니다. 내가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 이것이 나를 찾는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헨델은 오라토리오『메시아』작곡으로 나를 찾은 것입니다. 학생 여러분 이번 학기를 시작하면서 혹시 어려움이 있을 때는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알렐루야」를 들읍시다. 그리고 주님께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어려움 중에 나를 찾는 지혜를 주십사 하고 기도합시다. 그러면 우리 대학 생활은 기쁨과 희망이 가득해 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