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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총장연설문


2023학년도 입학식 환영사

  • 작성자 :비서실
  • 등록일 :2023.03.06
  • 조회수 :599

(3/2/2023, 오후 3시, 명동대성당)



입학 미사 환영사


가톨릭대학교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우리 대학은 전통적으로 명동대성당에서 입학식을 거행합니다. 하느님의 대전에서 나의 꿈과 이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하느님께 축복을 청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대학은, 1855년 메스트르 신부님께서 충청도 배론에 성요셉 신학교를 세우고 라틴어, 철학, 신학 등 서양 학문을 가르친 것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명동대성당에서는 매년 신학대학서 공부를 마친 사람들에게 사제서품을 거행합니다. 저 역시도 이 성당 제대 앞에서 1986년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제가 사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대학 입학의 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을 생각해 보면 입학식이 거행되는 이 순간은, 여러분 각자 인생이 시작되는 거룩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 대학에 입학하고 선택한 전공에서 벌써 여러분의 인생, 여러분이 걸어갈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야할 길이 정해졌다 하더라도 그 일을 이루겠다는 열정, 열심히 배우고 공부하는 노력과 정성이 있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나 혼자의 힘과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내가 그 일을 하도록 원하시고 허락하셔야 그것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는 떨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기도해야합니다. 내가 가는 길을 허락하시고 또 그 일을 이룰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십사하고 하느님께 청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건축물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집으로는 한옥에서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건물의 용도에 따라 성당이나 시청, 병원과 공연장, 관공서, 공장건물, 호텔, 각기 다른 모양의 건축물이 이 세상에 존재합니다. 그런 건축물을 짓기 위해 땅을 파고 기둥을 세우기 전에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설계를 하는 것입니다. 건축가는 건물의 용도에 따라 설계할 때 대부분 도면을 몇 번이고 수정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의 완성 단계의 도면을 아깝더라도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그리기 시작하기 합니다. 이런 심사숙고(深思熟考)의 과정을 통해 최종도면을 완성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설계도면을 보면 그 집이 어떻게 지어질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건물의 미래는 설계할 때 결정됩니다. 


신입생 여러분 

대학은 여러분의 인생을 설계하는 곳입니다. 어디를 가도 있는 비슷비슷 한 집이 아니라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하나밖에 없는 집, 내 인생의 집을 설계하는 곳이 대학입니다. 좋은 집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이론을 잘 배우고 답사를 통해 좋은 건축물을 많이 보고 경험해 보아야 합니다. 대학에서도 잘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업 중에 배운 것, 책에서 읽은 것, 여행 가서 본 것, 대화 중 친구에게 들은 것, 동아리의 경험, 운동의 경험, 또는 사랑의 기쁨과 아픔, 상처에 이르기까지 모두 중요합니다. 이 모든 것은 경우에 따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의 두뇌뿐만 아니라 감성, 몸을 구성하고 있는 근육과 뼈, 그리고 유전인자 어디엔가 축척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합쳐져 나를 이루고 이것이 내 인생 설계에 총체적으로 영향을 끼칩니다.


대학에서 여러분의 관심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선택과 경험을 많이 해 보시기 바랍니다. 선택과 경험은 인생 설계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성공적인 선택과 경험만이 아니라 실패의 경험을 통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끝까지 할 수 있는 일, 책임질 수 있는 일을 선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여러분은 우리 대학에서 나를 찾게 됩니다. 대학에서 하느님께 받은 재능을 알아내고 나도 몰랐던 내 잠재력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 대학 생활은 ‘기쁨과 희망’이 가득해집니다. 여러분이 우리 대학에서 설계한 인생의 집이 모래 위에 지은 기초 약한 집이 아니라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무너지지 않는 반석 위의 집, 슬기로운 사람의 집처럼(마태 7,24-27) 든든한 토대 위 양지바른 곳에 지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신입생 여러분, 

과거가 현재가 되듯이 여러분의 현재가 여러분의 미래가 됩니다. ‘지금 여기서’ 하는 모든 노력은 여러분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대학 4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이 시간을 부디 알차고 보람 있게 보내십시오. ‘나를 찾는 대학’, ‘기쁨과 희망’이 넘치는 가톨릭대학교에서 젊음과 낭만을 불태우고 마음껏 즐겨 보기 바랍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 대학에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 14,6)이라고 하신 그분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