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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총장연설문


2022학년도 가을 개강미사 강론

  • 작성자 :비서실
  • 등록일 :2022.09.26
  • 조회수 :571

(2022. 9. 20. 콘서트홀)

복음: 마르 11,42-45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

독서: 고린토 전 12,7-9, 11 하느님께서는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강론


내가 가끔 듣는 LP 음반 중에는 루마니아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디누 리파티(Dinu Lipatti, 1917-1950)의 고별 연주회 실황 음반이 있습니다. 이 음반에서 리파티는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8을 연주합니다. 이 작품은 1778년 모차르트가 일자리를 찾아서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 작곡되었습니다. 모차르트가 파리를 여행할 당시, 어머니가 동행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병을 얻어 그곳에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스물두 살의 젊은 청년 모차르트에게, 얼마나 상실감이 컸을까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청천벽력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피아노 소나타1악장의 선율에서는, 발을 동동 구르는 아들의 다급한 심정과 조바심이 느껴집니다. 아픈 어머니를 옆에서 지켜보는 아들의 안타까운 마음과 어머니에 대한 연민, 모차르트가 앞으로 혼자서 감당해야 할 세상 풍파에 대한 두려움 등이 담겨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디누 리파티가, 이 작품을 자신의 고별연주회에서 연주한 데는 마음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태어난 리파티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습니다. 리파티는 세 살 때 성당에서 세례성사를 받았는데, 세례 후 리파티가 모차르트의 미뉴엣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는 그의 천재성을 직감했습니다. 리파티는 루마니아에서 음악학교를 졸업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서 인정받습니다. 그런데 그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스물여섯 살 때였고, 호지킨병이라고 하는 혈액암으로 진단받은 것은 서른 살 때였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고열과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던 기간을 빼고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예정되어 있던 총 60회의 연주회를 해냅니다. 마지막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점점 쇠약(衰弱)해져 가고 있었음에도,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리파티가 혈액암으로 진단받고 3년 후인 1950, 서른세 살 때 고별연주회를 준비하면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8을 선택한 것은, 이 작품이, 죽음이 임박했던 자신의 처지를 대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차르트가 이 작품을 작곡할 당시, 어머니의 죽음을 염두에 두었던 것처럼, 고별연주회에서 그는 자기 죽음을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연주했습니다. 그날 고별연주회 후반부에, 그는 늘 하던 대로, 쇼팽의 왈츠를 연주했고, 맨 마지막으로는 왈츠 2번 화려한 왈츠를 연주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연주회의 마지막 순간, 완전히 탈진해버린 리파티는 왈츠 2의 연주를 포기한 채 퇴장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를 지켜보던 청중은, 그에게 끝없는 갈채를 보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리파티는 창백한 얼굴로 무대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리파티는 예상을 깨고,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바흐의 칸타타 BWV.147 10, 내 기쁨의 원천이신 예수을 연주했습니다.

 

<예수님은 내 기쁨의 원천이시며

내 마음의 본질이고 희망입니다.


예수님은 모든 근심에서 나를 보호하시며

내 생명의 근원입니다.


내 눈에는 태양이자 기쁨이며

내 영혼의 기쁨이며 보물입니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과 눈에서

예수님을 멀리하지 않으렵니다.>

 

그는 고별연주회가 끝나고 두 달 반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니 그의 건강이 어떤 상태에서 그 마지막 공연을 마쳤는지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가 일생 중에 음악에 바친 노력, 특히 호지킨병으로 진단받은 이후, 음악에 보여준 투지(鬪志), 그가 음악에 대해서 평소 했던 말에 그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음악은 나의 종이 아닙니다. 음악의 종이 되어야 하는 사람은 나입니다.”

 

음악에 대한 그의 가치관은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 11,45)는 복음 말씀과 맥을 같이 합니다. 1950916일 브장송에서 개최되었던 고별 연주회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익혀온 복음 정신에 따라, 디누 리파티가 실천한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봉사였고, 앙코르 연주는 그가 피아노로 연주한 일종의 신앙고백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 여러분, 20222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이 각자 선택한 수강과목은 여러분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이것은 여러분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부디, 과목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던 리파티처럼, 여러분도 어떤 과목이든 최선을 다 해주시기 바랍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습니다. 뜻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를 찾을 수 있고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태어난 재능은, 일차적으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세상과 이웃을 위해 봉사하기 위한 것임을 리파티는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나를 찾는, 멋진 한 학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