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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총장연설문


2022학년도 개교기념 미사 강론

  • 작성자 :비서실
  • 등록일 :2022.05.30
  • 조회수 :728

(2022.5.26. 콘서트홀)

 

개교기념 미사 강론


독서: 야고버 5,7-11 인내

복음: 루카 1.26 - 33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중에는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A단조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1711년 비발디가 서른세 살 때 작곡한 협주곡 화성의 영감 Op.36번의 1악장(알레그로)입니다. 비발디는 스물다섯 살 때부터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있는 피에타 고아원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쳤습니다. 당시 그가 가르친 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유럽에서 상당히 유명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비발디가 바이올린을 너무 잘 가르친 덕분에, 상당수의 학생들이 독립연주자가 되어서 그곳을 떠나버렸고, 고아원의 오케스트라는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비발디는 피에타 고아원의 오케스트라를 망가트린 책임을 지고 그곳을 떠나야 했습니다. 해고를 당한 것입니다. 비발디는 억울했지만, 그래도 묵묵히 기도하며, 유럽의 전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습니다. 얼마 후, 그는 네덜란드의 유명한 출판업자로부터 작곡 제의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탄생한 작품이 협주곡 화성의 영감입니다. 이 작품이 외국의 명망 있는 출판사에서 출판됨으로써 작곡가 비발디의 이름은 이탈리아에서만이 아니라 유럽 전역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피에타 고아원에서의 실직은 비발디에게 작곡가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게 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 준 셈입니다. 그 당시에는 합주협주곡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지만, 비발디는 이 작품에서 독주 악기를 파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비발디는 독주악기가 합주와 대화하듯이, 번갈아 가며 연주하게 함으로써, 세상에 처음으로 바이올린 콘체르토, 즉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비발디는 수많은 악기를 위한 협주곡을 작곡합니다. 그가 처음으로 선보인 바이올린 협주곡은 헨델과 바흐에 이어 모차르트와 베토벤뿐만 아니라 후대에 전해져서, 오늘날 내로라하는 작곡가들은 누구나 한두 작품씩 작곡할 만큼, 음악사에서 중요한 작곡 형식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비발디는 해고라는 막다른 골목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습니다. 누구든 나를 발견하기까지는 때가 오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어려움 중에도 남을 원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그때가 오는 것이고, 그때와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젊은 시절, 좋아하던 팝송 중에는,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1945-)Tears in Heaven 천국의 눈물(1991)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감미로우면서도 슬픈 노래입니다. 이 노래에는 에릭 클랩튼의 마음 아픈 사연이 숨어 있습니다. 그는 영국의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로 1960년대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너무 빨리 얻은 인기와 명성때문이었는지 그는 마약에 의존하며 방탕의 길을 걸었습니다. 당시 그에게 유일한 기쁨이라면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의 재롱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이 다섯 살 때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져 사망합니다. 그는 자살의 충동을 느낄 만큼, 정신적으로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깊은 슬픔 중에 그가 사랑하는 아들을 생각하며 작곡한 작품이 Tears in Heaven입니다. 이 곡으로 그는 그해의 그래미 상과 레코드 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싱글곡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그의 작품 중에는 1974년에 발표한 Give me strength 나에게 힘을 주십시오.가 있습니다. 이 곡으로 그는 생애 처음으로 빌보드지에서 1위를 차지하는 영애를 얻습니다.

 

Dear Lord, give me strength to carry on.

Dear Lord, give me strength to carry on.

My home may be out on the highway,

Lord, I've done so much wrong

But please, give me strength to carry on.

 

주님, 저에게 지고 갈 힘을 주소서.

주님, 저에게 견딜 힘을 주소서.

내 가정이 길을 벗어났습니다.

주님, 제가 그동안 너무나도 잘못 살았습니다.

하지만 주님, 제발 저에게 버틸 힘을 주소서.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그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얼마나 간절하게 하느님을 찾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클랩튼에게 하느님은 인생에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한, 든든한 배경이자 버팀목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사는 사람 중에 시련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그런데 이 시련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집니다. 좌절만 하면 패배자로 남게 되지만, 비발디나 에릭 클렙튼처럼 주님을 찾고 힘을 얻어 극복하면, 진정으로 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여름방학 중에 산티아고로 길을 떠나는 학생들, 하계군사훈련을 받아야 하는 학군단 학생들, 그리고 우리 대학의 모든 학생 여러분, 길을 가는 중에 힘든 일이 생기면 에릭 클랩튼의 Give me strength를 함께 노래 부르기 바랍니다.

 

지난 53일에 축성식을 가진 안드레아관의 기념석에는 성경구절이 하나 써 있습니다.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그날 행사에 참석하신 염수정 추기경님께서 우리 대학 학생들이 마음에 담고 살라고 선택해주신 성경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2천 년 전, 가브리엘 천사가 나자렛에 사는 처녀 마리아에게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하실 때 하신 말씀입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마리아는 이 말씀 하나만 믿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예수님의 어머니,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시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학생 여러분, 대학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가 혹시 외롭고 힘든 일이 생기면, 기념석 앞에 서서 이 성경 말씀의 의미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는 믿음을 가지면 언제라도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때를 기다립시다. 그리고, 나와 함께 계시는 주님께, 지고 갈 힘, 견딜 수 있는 힘, 버틸 힘을 달라고 도움을 청하면, 비발디와 에릭 클렙튼이 그랬던 것처럼, 막다른 골목에서 반전의 기회, 나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것입니다. 감사합니다.